한때 거리마다 넘쳐나던 브랜드들이 어느 순간 자취를 감추고, 낯선 이름들이 편집숍 진열대를 채우고 있습니다. 과연 이 변화의 중심에는 누가 있을까요? 바로 ‘MD’입니다. 의류 편집숍의 MD(Merchandiser)는 브랜드의 생존과 실패를 결정짓는 첫 관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실제 편집숍 MD의 관점을 바탕으로, 브랜드가 어떻게 선택되고 버려지는지를 살펴보고, 우리가 쉽게 지나친 패션 산업의 이면을 들여다보겠습니다.

패션 MD 비하인드

MD의 역할이란 무엇인가?

MD는 단순히 옷을 고르는 사람이 아닙니다. 시장 조사, 트렌드 분석, 판매 예측, 재고 관리, 바잉(구매) 협상까지 담당하는 복합적 직무입니다. 특히 편집숍의 MD는 수많은 국내외 브랜드 중에서 ‘살아남을 제품’을 가려내는 결정권자이기도 합니다.

편집숍은 백화점이나 브랜드 매장과 달리 다양한 브랜드를 한 공간에서 큐레이션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MD의 취향과 전략이 매장의 정체성과 직접 연결됩니다. 잘 팔리는 브랜드와 상품을 읽어내는 능력이 매출을 좌우합니다.

어떤 브랜드가 입점되고 퇴출되는가?

편집숍에 입점되는 브랜드는 단순히 인기 있다고 들어오는 것이 아닙니다. MD는 다음과 같은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 제품의 정체성과 차별성: 기존 브랜드와의 차별화 여부
  • 소비자 반응 데이터: 온라인 커뮤니티, SNS 언급량, 재구매율
  • 마진율과 공급 조건: 가격 정책과 수익성
  • 배송 및 재입고 체계: 운영 안정성과 빠른 대응 능력

반대로, 시즌 트렌드에 뒤처지거나 품질 문제, 납기 지연이 반복되면 퇴출됩니다. 일부 브랜드는 MD의 내부 피드백 보고서에서 ‘비효율 브랜드’로 분류되며, 바로 계약이 중단되기도 합니다.

MD가 경험한 흥망성쇠의 사례들

예를 들어 2010년대 중반 인기를 끌었던 ‘컨템포러리 스트리트 브랜드’ 중 일부는 현재는 대부분 퇴출되었습니다. 디자인은 화려했지만 품질과 공급 문제가 심각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꾸준히 입점되는 브랜드는 보통 디자인보다 안정적인 생산과 CS 대응 능력이 뛰어났습니다.

사례 비교

  • 성공: ‘A 브랜드’는 시즌마다 베스트셀러 분석 후 MD와 공동기획 → 3년 연속 매출 상승
  • 실패: ‘B 브랜드’는 인플루언서 중심 마케팅에 의존, 배송 지연 반복 → 1년 만에 퇴출

이처럼 MD의 시선은 단기 트렌드보다 ‘지속 가능한 파트너십’을 중심으로 움직입니다.

2025년 기준, 바뀌는 MD의 선택 기준

과거에는 ‘잘 팔리는 디자인’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엔 ‘브랜드 철학’과 ‘지속가능성’, ‘공급 안정성’이 더 중요하게 평가됩니다. 특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소를 반영한 브랜드는 대형 편집숍과의 협업 기회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MD는 단순 소비자의 눈이 아니라, 미래 매출과 시장 반응을 예측하는 분석가로서의 역할도 강화되고 있으며, 최근엔 AI 기반 바잉 예측 도구를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MD 직무의 현실과 업무 강도

겉으로 보기엔 멋지고 세련된 직업처럼 보이지만, 의류 편집숍 MD의 현실은 생각보다 고된 편입니다. 시즌 전에는 수백 개 브랜드의 룩북과 샘플을 검토해야 하며, 국내외 전시회 방문, 입점 제안서 검토, 트렌드 리포트 작성 등 수많은 비정형 업무가 뒤따릅니다.

특히 시즌 초기엔 하루 수십 건의 브랜드 미팅을 소화하고, 단기간 내 판매 예측까지 마무리해야 하므로 체력과 집중력이 필수입니다. 자율성이 큰 만큼 성과 압박도 크며, 매출 부진 시 퇴사 압박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소비자가 모르는 MD의 비하인드 결정들

실제로 소비자가 ‘왜 이 브랜드는 없어졌지?’라고 느낄 때, 그 결정은 몇 달 전 MD 회의에서 이미 내려진 결과일 수 있습니다. 브랜드 입점과 퇴출은 대부분 수치 중심의 회의에서 결정되며, 감성보다는 숫자가 우선됩니다.

또한 MD는 상품 가격 책정에도 간접적으로 개입합니다. 원가 계산, 공급 단가 협의, 유통 수수료 고려 등을 통해 최종 소비자가격이 산정되며, 이는 브랜드 이미지와도 연결되기에 섬세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결론: 브랜드 성공의 이면에는 MD가 있다

우리가 사랑하는 브랜드가 살아남기까지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판단과 전략이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바로 MD가 있습니다. 그들은 소비자보다 먼저 시장을 읽고, 브랜드보다 먼저 문제를 감지하며, 유통과 소비를 잇는 중간자 역할을 수행합니다.

편집숍 MD의 시선을 이해하면, 단순한 쇼핑 이상의 시야로 패션 시장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브랜드의 흥망은 트렌드보다, 전략과 판단의 싸움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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