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열차는 정시에 출발하고, 언제나 깨끗한 객실을 유지합니다. 하지만 그 '당연한' 풍경 뒤에는 정해진 시간 내에 객실을 정돈하고 쓰레기를 치우며, 수백 명의 승객이 남긴 흔적을 정리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글은 KTX 객실 청소노동자의 실제 업무와 그 속에서 발견한 기록들을 바탕으로 한,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단순한 청소가 아닌, 고속철도 운영의 일부로서 이들이 수행하는 역할과 현실을 들여다보겠습니다.

KTX 객실

KTX 청소노동자의 기본 업무와 구조

KTX 객실 청소는 통상 ‘열차 도착 후-출발 전’ 사이 짧은 시간 안에 이루어집니다. 주요 청소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좌석 및 팔걸이의 먼지, 이물질 제거
  • 바닥 쓰레기 수거 및 진공 청소
  • 접이식 테이블, 창문, 벽면 닦기
  • 화장실 청소 및 물품 보충
  • 분실물 확인 및 인수인계

서울, 부산, 목포, 여수엑스포, 강릉 등 종착역에 위치한 차량기지나 플랫폼에서 보통 15~30분 이내에 10량 이상 차량을 순식간에 청소해야 합니다. 청소팀은 보통 3~6명 단위로 편성되며, 각자 담당 구역을 나눠 시간 싸움을 벌입니다.

청소 중 발견되는 다양한 물품들

청소노동자들은 업무 중 다양한 분실물과 흔적들을 마주합니다. 가장 흔한 것은 우산, 이어폰, 마스크, 어린이 장난감 등이지만, 종종 고가의 전자기기나 현금, 지갑도 발견됩니다.

실제 사례

  • 노트북 가방 안에 500만 원 현금 발견 → 경찰 인계
  • 승객이 버린 일회용 컵 안에 고속버스표 발견
  • 객차 사이 통로에 남겨진 반려견 간식 봉지 → CCTV 확인 후 반환

분실물은 즉시 코레일 분실물 센터에 등록되며, 고가품의 경우 경찰과 협조 절차를 밟습니다. 종종 승객이 고맙다며 전화나 손편지를 보내오는 일이 있어, 직원들에게 작은 보람이 되기도 합니다.

제한된 시간 속 노동의 압박

KTX 열차는 수분 단위로 운행되기 때문에, 객실 청소에 허용되는 시간도 극히 짧습니다. 특히 성수기(명절, 연휴)에는 열차가 5분 만에 다시 출발하기도 하며, 이 짧은 시간 안에 모든 객차를 점검하고 마무리해야 합니다.

작업 중에는 열차가 전력 공급을 끊거나, 조명이 꺼진 상태에서 어두운 통로를 이동해야 하는 불편도 있으며, 기계 소리와 차량 점검 인원의 동선이 겹쳐 물리적으로 매우 협소한 환경에서 작업이 이루어집니다.

직업적 위험과 처우의 현실

KTX 청소노동자들은 다리와 허리를 오래 굽히는 작업을 반복하면서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복적인 모션, 빠른 동작 요구, 인력 부족으로 인해 작업 강도는 일반적인 환경미화보다 훨씬 높습니다.

또한 대부분이 비정규직 또는 외주 인력으로 고용되며, 급여는 시급 기준 2025년 현재 약 9,860원~10,400원 수준으로 책정되어 있습니다. 야간 근무 수당과 주휴수당이 포함되어도 월 200만원을 넘기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안전 및 개선 과제

  • 객실 내 화학세제 사용에 따른 호흡기 위험
  • 승객과 마주치는 감정노동 (예: 승차 중 무단 탑승자)
  • 화장실 청소 시 장갑 미지급, 탈의공간 부족 등 열악한 복지

코레일은 점차 근무환경 개선을 추진하고 있으나, 하청 구조 안에서 인력 교체율이 높아 근본적 개선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KTX 청소노동자가 말하는 보람과 애환

“열차가 깨끗해야 손님이 기분 좋게 앉죠.”라는 말을 종종 하듯, 이들은 ‘보이지 않는 서비스’가 승객의 첫인상을 만든다고 믿습니다. 명절 전날 첫차를 위해 새벽 3시에 출근하는 노동자, 폭우 속 객차 밖에서 흙을 닦는 팀원, 남몰래 테이블에 놓인 감사 메모에 울컥했던 날들…

이 모든 순간이 청소노동자들에게는 단순한 업무를 넘는 자긍심의 요소입니다. 그러나 이들이 받는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낮습니다. 청소노동은 여전히 ‘비가시적 노동’으로 취급되며, 대부분의 승객은 그들의 존재조차 인식하지 못합니다.

결론: 청결은 서비스가 아니라 시스템이다

KTX 객실의 청결은 자동화된 시스템이 아닙니다. 그것은 새벽부터 출근해 조용히 객차를 순회하는 수십 명의 노동자들 덕분에 가능한 일입니다. 이들의 일은 단순한 청소가 아니라, 철도 서비스의 마감이자 시작입니다.

승객 한 사람의 쾌적함을 위해 3~5명의 인력이 분주히 움직이는 이 ‘숨은 노동’이야말로, KTX라는 고속 시스템을 지탱하는 조용한 힘입니다. 그 조용한 숨결을 기억할 때, 우리는 더 나은 교통문화를 향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코레일 공식 홈페이지

산업안전보건공단 열차 청소 안전지침

고용노동부 비정규직 근로자 보호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