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도시를 걸으며 무심코 가로수와 화단, 공원 나무들을 지나칩니다. 하지만 그 푸른 경관은 저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해가 뜨기도 전에, 누군가는 땅을 파고, 나무를 세우고, 물을 주며 도시의 숨결을 가꿉니다. 그들은 바로 조경업자들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일반인이 거의 접하지 못하는 조경업계의 새벽 현장을 중심으로, 그들의 노동, 시스템, 변화와 의미를 함께 들여다보겠습니다.

조경업자들의 새벽 풍경

조경업이란 무엇인가: 단순한 나무 심기가 아니다

조경업은 단순히 나무를 심는 일을 넘어, 도시 생태계와 미관을 설계하고 조성하는 전문 업종입니다. 공원, 거리, 공동주택 단지, 기업체 부지 등 다양한 장소에 맞는 수목 배치와 생육 환경을 고려해 시공이 이루어집니다.

이 업종은 건설업 하청 구조 안에서 운영되는 경우가 많고, 식재 외에도 포장(블록 설치), 석재 배치, 잔디 깔기, 관수 시설 설치 등 다양한 하위 업무가 포함됩니다. 특히 대규모 사업에서는 수백 명의 인력이 동원되며, 작업은 철저한 일정과 기후 조건에 따라 진행됩니다.

새벽에 시작하는 조경 현장의 이유

조경 작업은 대부분 새벽 4시~6시 사이에 시작됩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교통 및 시민 불편 최소화: 도심 작업은 차량과 보행자 동선을 피해 새벽 시간에 집중됩니다.
  • 수목 생육 보호: 낮의 고온을 피하기 위해 서늘한 시간대에 식재를 마무리합니다.
  • 기초 공정 일정 맞추기: 건설현장의 조경 공정은 다른 작업 완료 직후 진행되므로 일정 유연성이 낮습니다.

따라서 현장 작업자들은 보통 전날 밤 10시~12시 사이에 출발해 새벽에 도착, 장비와 자재를 세팅 후 즉시 작업에 돌입합니다. 이처럼 조경업의 새벽 풍경은 극도의 시간 압박 속에서 운영됩니다.

조경업자의 하루 루틴

조경 노동자의 하루는 일반적인 직장인과는 매우 다릅니다. 하루 평균 8~10시간의 야외 육체 노동이 기본이며, 주요 일정은 다음과 같이 구성됩니다.

일과 구조 예시

  • 03:00~04:00: 장비 점검 및 현장 출발
  • 04:30~07:00: 주요 식재 작업
  • 07:00~09:00: 마무리 보식, 정비
  • 09:00~12:00: 보조 작업(관수설치, 주변 정돈)
  • 12:00 이후: 퇴근 또는 다음 현장 이동

도시 녹지를 책임지는 작업이지만, 대부분의 시민은 이들이 언제 나무를 심고 돌보는지 알지 못합니다. 이는 노동이 ‘비가시화’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계절성과 고용 구조의 현실

조경업은 매우 강한 계절성을 가진 업종입니다. 수목 식재는 주로 봄(3~5월)과 가을(9~11월)에 집중되며, 여름과 겨울은 한산하거나 유지보수 위주로 운영됩니다.

이에 따라 많은 조경 노동자는 단기 계약 또는 프로젝트별 계약직으로 일하며, 겨울철에는 다른 업종(예: 제설, 내부 인테리어 등)으로 이동하거나 실업 상태에 놓이기도 합니다.

또한, 현장 조경은 대부분 ‘외주 하청’을 통해 운영되며, 이는 작업 단가와 안전 기준, 근로환경에 영향을 미칩니다. 일부 현장은 산업안전교육이나 보호장구 지급 없이 작업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변화하는 조경업계: 기계화와 생태 중심으로

최근 조경업계는 점차 자동화와 생태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굴착기, 트랙터, 포크레인 등 기계장비가 도입되어 육체적 부담이 줄어드는 추세이며, 스마트 관수 시스템과 친환경 수종 도입이 늘고 있습니다.

특히 탄소중립 흐름에 따라 ‘도시 숲 조성’, ‘생활밀착형 녹지’ 사업이 증가하면서 조경업의 중요성은 점점 부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 인력의 고령화, 청년층 유입 부족 등의 문제는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결론: 우리가 보는 나무 뒤에 있는 사람들

도시의 아름다운 나무, 공원, 화단은 수많은 조경업자들의 새벽 노동 위에 존재합니다. 그들의 일은 짧은 시간 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설계부터 시공, 유지관리까지 긴 흐름을 필요로 합니다.

조경이라는 작업은 단순한 나무 심기가 아닌, 도시의 건강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중요한 인프라 구축 작업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관심과 제도적 보완이 이루어진다면, 이들의 새벽 풍경도 보다 나아질 것입니다.

한국조경학회 공식 홈페이지

한국토지주택공사 조경사업 정보

환경부 탄소중립 녹지정책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