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대면하는 공간, 장례식장은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치지 않기를 바라는 장소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하루하루를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장례식장에서 일하는 근무자의 실제 하루를 따라가며, 그들의 감정노동과 사회적 역할, 그리고 일반인이 알기 어려운 장례문화의 이면을 조명합니다.
장례식장은 단지 ‘죽음’을 처리하는 장소가 아닙니다. 유가족의 슬픔을 가장 가까이서 접하는 만큼, 그 감정을 온몸으로 흡수하는 감정노동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장례식장 근무자의 하루는 어떻게 시작될까?
장례식장의 업무는 오전 6시 전후로 시작됩니다. 첫 일정은 밤새 입관된 고인의 상태를 확인하고, 입관 준비를 마치는 일입니다. 일부 근무자는 전날 밤부터 야간 근무를 이어오기도 합니다. 입관식이 예정된 경우, 복장 점검부터 도구류 정리까지 세심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대부분의 장례식장은 병원이나 장례 전문 센터에 소속되어 있어 규격화된 업무 프로세스를 따릅니다.
특히 중요한 업무 중 하나는 고인의 얼굴 정돈, 수의 착용 보조, 입관실 내부 정리입니다.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유가족이 기억하게 되는 순간이므로, 장례지도사는 최대한 단정하고 평온한 인상을 주기 위해 집중합니다. 이 과정에서 근무자들은 고인에 대한 예를 갖추는 동시에, 유족의 슬픔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이중 감정’ 속에서 일하게 됩니다.
장례지도사의 주요 업무: 절차와 감정의 교차점
장례식장에서 가장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은 '장례지도사'입니다. 이들은 고인의 입관부터 발인까지의 모든 절차를 총괄합니다. 업무는 법적 서류 확인, 입관식 준비, 유족 응대, 발인 차량 배정, 납골당 일정 조율 등 매우 다양합니다. 특히 사망진단서 오류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는 중요하며, 착오가 발생하면 전체 일정이 지연되기도 합니다.
현장에서 일하는 장례지도사들은 대체로 강한 공감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죽음을 대하는 자세가 사람을 바꾼다"는 말처럼, 이 직업을 오래 지속하는 사람들은 말수는 적지만 섬세한 배려를 보여주는 경향이 있습니다. 유족의 감정 폭발이 있는 경우 이를 진정시키는 역할도 해야 하므로, 감정의 균형을 유지하는 자기 관리가 필수입니다.
장례식장 근무 중 마주치는 심리적 갈등과 에피소드
근무자들이 흔히 겪는 어려움 중 하나는 ‘감정의 피로’입니다. 하루에도 3~5건의 사망 사건을 마주해야 하는 환경에서는 감정을 무감각하게 만드는 방어기제가 생깁니다. 그러나 일부 사건은 여전히 근무자에게 깊은 충격을 남깁니다.
한 장례지도사는 인터뷰에서 “유족보다 먼저 우는 순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어린아이의 사망, 외상 사망 등은 오랜 시간 경력에도 불구하고 쉽게 감정이 무너지게 만든다고 합니다. 그런 순간에도 업무를 마쳐야 하기에, 감정을 억누르고 다시 유가족을 응대해야 하는 것이 이 직업의 현실입니다.
또한 연휴나 명절 기간에는 인력이 부족하여 24시간 교대 근무를 해야 하며, 밤샘 발인을 도와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대규모 병원 장례식장은 하루 20건 이상을 진행하기도 하여, 체력 소모가 극심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장례업은 어떻게 바라보는가?
장례업은 전통적으로 꺼려지는 직업군 중 하나였습니다. 과거에는 천민 계급이 담당하던 역할로 인식되었으며, 현대에 들어서도 여전히 ‘죽음을 다룬다’는 이유로 거리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 직업은 단순한 서비스업이 아닌, 마지막 예를 다하는 전문직입니다.
2012년부터 시행된 ‘장례지도사 자격제도’는 장례업의 전문화를 촉진했습니다. 해당 자격증을 보유해야만 입관 및 장례 절차를 공식적으로 진행할 수 있으며, 관련 교육기관에서 윤리, 위생, 법률 등 다양한 교육 과정을 이수해야 합니다. 현재 전국에는 약 1만 명 이상의 등록 장례지도사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죽음을 마주하는 이들이 말하는 삶의 가치
죽음을 매일 접하는 근무자들은 삶에 대해 누구보다 깊이 있는 시선을 갖게 됩니다. 장례식장 근무자 다수가 입을 모아 말하는 것은 "삶이 유한하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며, 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습관이 생긴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일부 병원 장례식장에서는 근무자들 간 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심리 상담을 정기적으로 시행해 정서적 안정을 지원합니다. 또한 일부 장례식장은 유가족 대상의 슬픔 상담사, 종교 상담가와의 연계를 통해 더 나은 장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장례식장 근무자를 위한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이유
장례식장 근무자들은 대부분 비정규직 형태로 일하고 있으며, 근무 강도에 비해 처우는 낮은 편입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과중한 업무가 이어졌지만, 이에 대한 보상 체계는 미비한 상황입니다.
정부 차원에서는 ‘감정노동자 보호법’ 적용 범위에 장례식장 근무자도 포함될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또한 장례업 전반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함께, 교육과 안전관리 매뉴얼이 체계적으로 마련되어야 할 시점입니다.
그들의 하루는 고요하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감정과 노동이 교차합니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그 하루 속에서, 죽음을 존엄하게 만들기 위한 이들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결론: 죽음을 다루는 사람들, 삶을 가장 진지하게 응시하다
장례식장 근무자의 하루는 단순한 직무 수행을 넘어선 인간적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죽음을 다루는 직업은 우리가 잊고 있던 삶의 가치와 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들의 묵묵한 하루가 우리 사회에서 더욱 존중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